이란의 해협 봉쇄에도 유가 상승 폭이 제한적인 이유는?
경제 뉴스2026.03.04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상승 폭은 과거와 비교할 때 예상보다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 시장을 분석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제는 산유국 수가 많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에너지 업체들이 더욱 다양한 경로로 노선을 수정하는 데 능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뉴욕 상업 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66달러로 거래되었으며, 이는 불과 며칠 전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67.02달러에서 시작한 WTI 가격은 지난 2일 71.23달러로 오르고, 3일에는 74.56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같은 기간 동안 70달러에서 81.36달러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대규모 에너지 시설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석유 위기 상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8달러로 급등한 경험이 있다. 과거 오일쇼크와 비교해보면, 1973~74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유가는 260% 급등했고,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의 혼란도 160%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 억제의 주요 원인은 공급원의 다변화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데 더해, 가이아나와 브라질과 같은 신규 산유국의 출현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점이 크다. 또한, 최근 에너지 업계는 위기 대응에 더욱 능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COVID-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업체들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조선 운송 경로를 재조정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것이다.
MST 파이낸셜의 에너지 리서치 총괄인 사울 카보닉은 현재 시장이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대해 더 여유롭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원유 비축량을 늘린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신규 원유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도 약 124일 분량의 원유를 비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원유 재고는 여전히 약 20억 배럴에 달하며, 이는 중동 지역 문제가 발생해도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약 9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어 이 역시 유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FT는 전쟁의 격렬함과 공급 차질의 지속 기간이 주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2주 이상 봉쇄될 경우, 2억5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동하지 못해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인해 일부 걸프 국가들이 유전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 할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결국 유가가 100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제기된다.



